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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점자새빛 여름호

게시물 정보

작성자 새빛US 작성일15-09-08 16:22 조회4,983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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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 새빛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앙과 교양지) 
       2015년 여름호
   ----------------------

  등록: 2011년 11월 3일
  등록 번호: 서초 바00097
  제56권 2호 통권344호
  발행일: 2015년 7월 1일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97-1
  전화: 02-533-9820
  발행겸 인쇄인: 안요한
  인쇄처: 낮은데로 임하소서 새빛복지재단 점자새빛 출판부


   = 차 례 =

  1. 이호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2. 주제가 있는 글: 황금율보다 백금율 (박창규)
  3. 이호의 인물: 기다림, 인생에 기품을 더하는 시간 (차인홍)
  4. 생각하는 오솔길: 나는 누구일까요?
  5.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6. 건강 코너: 물은 대체할 음식은 어디에도 없다
  7.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Thankful Christmas (이지선)
  8. 짧은 글 긴 생각:다산 정약용이 자식에게 남긴 유산 ‘우시이자가계 (두 아들에게 주는 가르침)’(박석무)
  9.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내 것이 아닙니다 (이승아)
  10. 생명의 말씀: 무엇에 사로잡혀 있습니까? (시25:12)
 


   1. 이호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종일 밭을 매도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 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 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였습니다


  2. 주제가 있는 글

  황금률보다 백금률

  박창규 - 리더십코칭센터 대표 코치
 
  황금률(golden rule)이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구절을 3세기 로마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금으로 써서 거실 벽에 붙인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황금률은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인관계에 있어 황금처럼 소중한 하나의 윤리지침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황금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전제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도 대접받기를 바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느 날 사자와 소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 둘은 서로 너무나 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도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없었다. 주변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둘은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고, 너무나 행복했던 둘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사자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사냥을 해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아내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 소는 초식동물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풀을 뜯어다 가장 맛있는 풀을 남편 앞에 내놓았다. 그러나 남편은 풀을 먹지 못했다. 사자는 육식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럴수록 서로에게 더 깊이 상처받았고, 시간이 지나서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지면서 둘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어."

  황금률은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될 위험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자와 소의 이야기처럼 내 생각대로 잘해주다가 오히려 관계를 해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황금률을 보완해 한 차원 높인 것이 바로 백금률(platinum rule)1)이다.

  백금률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그들을 대접해 주어라(Treat others the way they want to be treated)."이다. 황금률이 Me-Centered 방식이라면, 백금률은 You-Centered 방식의 접근이다. 인간관계에서 백금률은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것을 주겠다.(This is what I want, so I'll give everyone the same thing)”라는 관점에서 “먼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그 사람에게 주겠다.(Let me first understand what they want and then I'll give it to them)”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욕구와 기호에 따라 그를 대접하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실제 우리 삶에서는 사자와 소의 러브 스토리를 생각보다 자주 경험하게 된다. 얼마 전 부부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코칭을 요청하신 분에게 사자와 소 얘기를 들려주며 황금률과 백금률의 차이를 성찰해보게 한 적이 있다. 그분은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니, 사사건건 갈등의 원인이 자기 방식대로 대접받기를 원했고, 자기 방식대로 상대를 대했기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코칭 질문 중에는 간단하면서도 백금률을 실천하기에 좋은 질문들이 많다.
  - 무엇을 원하는가?(What do you want?)
  - 당신 생각은 어떠한가?

  옛 현인들의 가르침인 ‘지피지기(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라)’, ‘역지사지(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등도 결국 황금률을 넘어 백금률을 구현하기 위한 지혜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지혜가 코칭 리더십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3. 이호의 인물

  기다림, 인생에 기품을 더하는 시간
 
  차인홍/미국 라이트 주립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2000년 대한민국 장애인 최초로 8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오하이오 라이트주립대학교 음악대학 부교수 및 대학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발탁된 차인홍 교수의 이야기가 2012년 KBS1 TV˹글로벌 성공시대˼를 통해 소개되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는 기적’을 이룬 인물로서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는 한동안 화제였다. 많은 시청자가 휠체어를 타고 순식간에 오케스트라 지휘 단상에 오르고, 지그시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젊은 학생들과 휠체어를 타고 땀을 흘리며 농구하는 등 그의 활기찬 삶을 보면서 크게 감명 받았다. 교수 임용 후, 어느새 15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2013년 여름, 차인홍 교수와 그의 아내 조성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생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랑’에 대해 나누었다, 올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서는 ‘사람의 길,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하였다. 또 다른 삶의 변화는 없었는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인생의 기품을 더하는 시간과 그 끝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성공보다 ‘자기 앞에 놓인 생을 끌어안는 자세’에 주목할 수 있었다.

  기다림도 사랑이었다

  한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드렸다. “나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나님 앞에 특별히 헌신한 일도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왜 하나님은 이토록 큰 복을 주실까요? 어린 시절부터 은혜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남들도 그런 나를 보면서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자 목사님께서 “차 교수님이 두 가지 잘한 것이 있어요.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을 때마다 그 손길을 아주 잘 받아들이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장애가 있는 처지를 비관하면서 도움을 거부하고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통해 도움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잘 받아들이는 태도가 나에게 있다는 말씀이었다. ‘아 내가 그랬나? 절실했으니까 받았을 뿐인데….’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는데 목사님은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셨나 보다.

  “두 번째, 차교수님은 오랫동안 잘 기다리셨어요.”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두 살에 소아마비를 앓고 걷지 못하면서 모든 생복은 우리 집 담장 밖에만 존재하는 듯했다. 동네를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나를 괴롭힐 때마다 미친 듯이 ‘나 좀 밖에 데려다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집 살림은 나를 치료하느라 궁핍해졌고, 급기야 아버지마저 병에 걸려 몸져누우셨다. 아홉 살에 홀로 재활원에 보내졌고, 스물넷이 되도록 정규 학교 과정을 밟아본 적이 없었다. 내 인생에 꿈, 사랑, 희망이란 단어는 사치에 불과했으며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철옹성 같이 닫힌 현실을 원망하면서 비극적인 종말을 자초했다 해도 누가 뭐랄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언제 이 고난이 끝날까?’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기다리면 복이 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기다린 게 아니다. 마치 기다림이 나의 본성인양 묵묵히 내 길을 가야했다.

  아니, 돌이켜보면 내 본성도 의지도 아니었다. 모든 소망이 끊어진 자리에서 나는 의지를 불태울 연료조차 없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기다렸노라고 자고할 수 가 없다. 기다림도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그는 의지할 데 하나 없는 나에게 기다림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계셨다.

  올해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50만 마일을 기록했다. 대문 밖에 나가서 놀고 싶고, 차를 타고 바깥 구경하고 싶어 울고불고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연약하고 초라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날들에 음악은 신선한 방점을 찍어주었다. 대전 성세재활원에서 베데스다 4중주단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나는 모차르트를 좋아했다. 정확히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영어를 가르쳐주던 미스 젠 영이 재활원에 선물해준 야외 전축과 클래식 음악 LP판이 모차르트였다, 그 음반을 수십, 수백 번 들으면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은 나의 머리는 물론 몸속까지 깊이 새겨졌고, 음악을 꿈꿀 수 있게 했다, 만약 그녀가 재즈 음반을 가져다주었다면 재즈 음악을 시작했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린 하늘의 단비였다.

  2000년에 라이트주립대학에 들어가서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마지막 정교수 심사에 잘 통과하여 승진하였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차별과 시기,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부족한 나의 형편을 여러모로 채워주시는 은혜를 누리고 사니 상처받을 일은 아니었다.

  인간의 연약함은 축복이다, 내가 약하고 초라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았고, 그때마다 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했을 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 고생이었고, 돌아보고 싶지 않은 약점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기쁨과 감사로 변하는 시간을 통과할 때 진정 인간은 겸손해 질 수 있다. 나는 나의 초라함, 나약함이 인생의 큰 바탕을 이루었기에 “휠체어는 나의 날개”라고 언제나 노래할 수 있다.

  한량없는 은혜, 갚을 수 없는 사랑.
  내 삶을 움직이는 원리는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떠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나의 마지막 호흡이 다하도록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호흡이 다하도록 내가 연주해야 할 곡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차인홍 교수의 ˹휠체어는 나의 날개˼ 중에서

  나의 과제는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김명환 선교사님을 만났다. 아이들을 향한 그의 특별한 사랑을 느끼면서. 아직도 사랑받기만 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죄스러움이 있다. ‘나만 축복을 누려서야 되겠는가? 이기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자성의 목소리가 울릴 때가 있다. 오래전부터 장애인 장학재단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억지로 이루어질 일이 아닌가 보다. 물론 일이 주어졌을 때 성실하게 집중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편이 좋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우리의 과제지만, 나의 소원에 더 집중하거나 관심 갖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러했듯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나의 과제다. 

  흔들림 없이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될 것이나, 천국을 품은 자라면 공포에 떨지 않으리라. 처음 미국에 와서 장례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익히 알던 초상집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축제 현장처럼 보여 생소했다. 장례식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앞에 나와서 살아생전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때, 때론 같이 웃고 때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죽음을 절망적인 것으로만 받아드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고인의 삶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고인의 축복하는 자리로서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고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았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자연스러운 죽음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별이 아파도 고인을 잘 보내드릴 수 있을 때 자신의 죽음도 잘 준비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란 사랑하는 이를 잘 보내드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의 죽음은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줄 것이다.

  * 출처 : 아버지


    4. 생각하는 오솔길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 합니다.
  나는 당신을 가장 잘 도와주기도 하고,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성공으로 밀어 주기도 하고, 실패로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나는 전적으로 당신의 명령에 따릅니다.
  당신이 하는 일을 나에게 떠맡긴다면
  나는 그 일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만 알려주세요.
  몇 번 연습하고 나면 그 일을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나는 모든 위대한 사람들의 하인이고
  또한 모든 실패한 사람들의 하인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사람들은 사실 내가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것이지요.
  실패한 사람들 역시 내가 실패하게 만들어 버린 겁니다.
  나는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 나를 키워 주었습니다.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많은 세월 속에서 난 조금씩 자랐습니다.
  나무껍질에 글자를 새기면 나무가 자람에 따라 그 글자가 점차 커지듯이
  여러분이 만든 나는 여러분이 성장함에 따라 점차 커져 갑니다.
  그러니 나를 잘 새겨주세요. 엄격하게 대해 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성공의 길로 이끌겠습니다.
  그러나 나를 너무 쉽게 대하면 당신을 파괴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제2의 천성’이라고도 합니다.

  내 이름은 “습관”입니다.


    5.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예전에 우정의 무대라는 군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가장 감동적이 부분은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무대 뒤에서 아들을 부르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침내 무대 위로 올라와 있던 군인들 중 진짜 아들 한 사람이 자기 어머니와 뜨겁게 포옹을 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곤 했습니다. 그날은 강원도에선가 올라온 어머니가 무대 뒤에서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군인 장병 여러분, 다 올라오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러 명의 군인들이 앞 다투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무대에 올라온 군인들은 모두가 무대 뒤의 여인을 자기 어머니가 확실하다며 장난기 섞인 이유까지 있었습니다. 그들의 천진한 모습 때문에 촬영 현장은 물론 전국의 시청자들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다 한 군인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풀숲 색의 군복과 치켜 깎은 까까머리는 여느 군인들과 같았지만 표정이 굳어 있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가 싶었습니다. 사회자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저 뒤에 있는 분이 어머니가 확실합니까?”

  그러자 그 군인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아닙니다. 뒤에 계신 분은 제 어머니가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왜 올라왔습니까?” 그러자 그는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제 어머니는 제가 군에 오기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풀이 죽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장애는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그랬군요. 그런데 왜 올라왔습니까?” “예.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 올라왔습니다.” 사회자가 무어라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더니 “어머니가 보고 계신다고 생각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아버님은 어떻습니까? 아버님은 살아 계십니까?” “아닙니다. 두 분 다 돌아가시고 형님과 살고 있습니다.”

  그 군인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머니께 한마디 하십시오.” 그 군인은 눈물을 쓰윽 닦더니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더니 “충성! 어머니. 이 막내아들은 형님들이 잘 돌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마구 떨려 나왔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이 못난 아들 걱정하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군 생활 잘하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편안히…눈 감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몹시 떨리는데다가 점점 잦아들어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 뜻은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충성!” 그가 다시 한 번 경례를 하자 장내가 술렁이더니 무대 아래 있던 모든 군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다 같이 ‘충성!’하고 외쳤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고 하늘을 바라보더니 ‘어머니!’ 하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모든 군인들도 ‘어머니’ 하고 외쳤습니다. 어머니라는 세 마디는 메아리가 되어 무대 더 너머로 멀리멀리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 출처 : 낮은 울타리


    6. 건강 코너

  물은 대체할 음식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인체의 70%를 구성하고 있는 물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 대변, 땀, 호흡 등으로 일정량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몸의 체액 농도가 끈적끈적해져서 순환계에 문제가 생기며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심지어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암환자를 조사하면 평소 물을 잘 먹지 않는 습관을 발견합니다. 왜 그럴까요? 물이 부족하면 체액 농도가 진해져 혈액과 림프액 속의 면역세포가 원활하게 몸 곳곳을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나쁜 게 들어와서 처리하러 가야 하는데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몸에 필요한 물의 양

  그렇다면 물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물이 부족할 대 우리 몸은 ‘물 부족 감지 센서’가 작동하는데 소변 색이 짙은 노란색이면‘물 먹으라’는 소리입니다, 옅은 노란색이 되도록 물을 먹어줘야 합니다, 그런데도 안 먹고 버티면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갈증을 느꼈다면 이미 몸속에서는 상당히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이니 미리 물을 먹어주어야 합니다.

  왜 갈증이 생길까요? 혈액과 뇌는 항상 물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해야하기에 물이 부족하면 세포 안의 물을 차출합니다. 그만큼 세포가 힘들어져 갈증을 느끼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등산하면서 가방에 물통을 짊어지고 산꼭대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가서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데 이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미리 물을 먹고 올라가야 합니다, 반면 물이 몸에 꽉 차있는데도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자꾸 먹으면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하루에 6~8번 이상 소변이 마려우면 너무 많은 물을 먹은 것입니다,

  하루 3번 3,2,1 물 먹기 운동

  평균 2리터정도 마시는 게 좋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니 자기 소변 색을 보고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소변 색깔을 매번 확인하기 번거로우니 하루 3번, 식사 30분 전 물 한 컵(250ml), 식사2시간 후 한 컵을 마십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한 컵을 마시도록 합니다. 잠자는 동안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잠이 깨지 않도록 적당량을 체크해보세요. 이렇게 하면 평균 물의 양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한 방송에서 만성지병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2주 물 체험단’을 만들어 실험해보았습니다. 물 먹기 전후 신체검사를 했더니 체중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콜레스테롤이 내려가고, 중성지방치도 내려가는 등의 놀라운 효과가 있었죠. 현대인의 질병 중에 상당 부분을 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비타민제니 영양제니 아무리 좋은 거 챙겨 먹어도 물이 부족해서 생긴 병은 물 이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팔팔 끓인 물에 현미 볶은 것을 살짝 우려내어 상온에서 식혀 먹으면 가장 좋습니다.


    7.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Thankful Christmas

  - 이지선 -

  양치는 소년처럼 ‘매번 이번이 마지막 수술이다’ 하고 받은 수술만 몇 번째라서 이번에 소리 소문 없이 수술을 받았다. 진짜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피부가 모자라서 한쪽으로 당기고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1순위로 불편했던 곳에 피부이식을 받으면서 '여기만 좋아지면 이젠 수술 안 받아도 돼~'라고 생각하지만 1순위가 개선되고 나면 수술 전에는 2순위인지도 잘 몰랐던 자리가 어느새 1순위가 되어서 다음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해봤자 남들은 거기서 거기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편해지고 좋아지니깐 피부만 잘 살면 2주정도만 고생하면 되니깐…, 이번에도 깨알 같은 강연 일정 후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2주일을 수술일정으로 비워놓았었다.   수술을 받았다. 언제나처럼 하루에 다 할 수 없어서 이틀에 나누어 이곳저곳에서 건강한 피부를 떼어다 피부면적이 모자란 네 군데에 이식수술을 받았다. 난 누워있지만 원장님도 간호사님도 고생 많으셨다. 꼬박 서서 앉아서 바느질 또 바느질하시느라.   피부이식수술은 식물을 옮겨 심는 것과 비슷하다. 옮겨진 자리에서 피부가 바닥으로 부터영양공급을 잘 받으면 착상 성공으로 분홍빛을 띠면서 이제 그곳에서 뿌리내리고 사는 것이고 옮겨진 자리에서 움직임이 많아 뿌리가 흔들리거나, 바닥자체가 좋은 땅이 아니라서 영양공급을 잘 받지 못하면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괴사하게 된다. 한번 그렇게 되면 영영 되돌릴 방법도 없고, 괴사 후 몇 주간 녹아내려 없어지는 지켜봐야하는 마음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야한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그곳은 딱딱한 상처살로 매꿔지다가 당겨지면서 수술을 안 하니만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피부가 잘 착상할지 말지는 2주 동안은 피부가 움직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하지만 보통 1주일 안에 판가름이 난다. 나흘 후, 수술 경과를 보러 갔다. 열어 볼 수 있는 한 곳의 거즈를 떼었다. 색이 좋으면 원장님은 "할렐루야~좋다 좋아"하시는데 아무 말이 없으셨다. 장난을 치시려는 건가 기다려 봐도 아무 말 없이 소독만 하신다.

  거울을 달라고 해서 확인했다. 검은색에 가까웠다. 수술 때 이식해놓고 봤던 크기보다 줄어있기까지 했다. 다시 드레싱을 하고 원장님이 "기도밖에 방법이 없네. 난 수술을 할뿐 살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인거 알지?" 하시며 손을 얹고 짧게 기도하셨다.   움직임은 없지만 영양공급을 받을 바닥 자체가 없는 부위였다. 피부가 이어진 양끝에서만 겨우 영양공급을 받아야하는데 그마저도 많이 상처받은 곳이라 변변치가 않았다. 조마조마했었는데 기도밖엔 길이 없는 이 상황을 또 마주했다.  기도했다. 내 믿음은 불완전했지만 굳건한 엄마 믿음에 기대어 기도했다. 안 그래도 늙어서 그런 건지…, 너무 바쁜 스케줄 보내고 여행가서 탈까지 나서 며칠 못 먹다가 수술을 받아서 그런 건지…, 기력이 없어 수술 후 며칠을 눈뜰 힘도 없는 사람처럼 자꾸 잠만 잤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좋지 않은 수술경과까지 보고나니 더 기운이 빠졌다.  그렇게 사흘이 흐르고, 병원가려면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해서 이렇게 불안하게 기다리느니 차라리 빨리 알자 싶어 혼자서 조심스레 열어 더 검어졌더라도 속상해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거울을 보았다.   놀랐다. 불그스름 한색으로 변해있었다. 줄었던 크기도 다시 통통해져있었다. 영양공급을 받고 있는 핏기가 돌고 있었다.
  울었다. 괴사가 되어도 나는 또 괜찮은 척 미국에 돌아가 혼자서 거울을 보며 몇 주 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란 걸 아시는 하나님께서 이젠 더 뗄 피부도 없는 부분인 것 아시는 하나님께서 죽어가던 피부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감사했다. 그 긍휼하심이, 하나님 그 마음이 감사해서 계속 눈물이 났다. 나는 다시 구원의 은혜를 누렸다.   수술이 실패해도 내게는 원망할 사람도, 탓할 무언가도 없다. 뒷걸음질 치는 수술결과 앞에서도 말없이 감내하는 것만이 나의 할일이었다. 참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는 내게 은혜를 주셨다.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하나님이 사그라들어가던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오늘 병원에서 이번에 수술한 네 곳 모두 피부가 잘 살아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함께 맘 졸이던 원장님과 간호사님들께 작은 선물을 나누고 살아난 피부를 보며 기뻐하고 감사했다. 더 힘을 내려고 링거를 달고 돌아오며 감사했다. 작은 피부로 구원의 감격을 누리는 은혜가 있어 감사했다.   참고 견디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는 내게, 참고 견디어도 길이 없는 우리 인생에, 예수님이 와주셔서 참 감사했다.
 

    8. 짧은 글 긴 생각

  다산 정약용이 자식에게 남긴 유산 ‘우시이자가계 (두 아들에게 주는 가르침)’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 하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한 글자는 검(檢)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함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때 할 일을 저녁때로 미루지 말며,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오는 날 까지 끌지 말도록 하고 비오는 날 해야 할 일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

  검(檢)이란 무엇일까? 의복이란 몸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고운 비단으로 된 옷이야 조금이라도 해지면 세상에서 볼품없는 것이 되어버리지만 텁텁하고 값싼 옷감으로 된 옷은 약간 해진다 해도 볼품이 없어지지 않는다. 한 벌의 옷을 만들 때 앞으로 계속 오래 입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해서 만들어야 하며 곱고 아름답게만 만들어 빨리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이란 목숨만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라도 입안으로 들어가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린다. 삼키기도 전에 벌써 사람들은 싫어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것은 정성 때문이니 전혀 속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단 한 가지 속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자기 입과 입술이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생각하며 입과 입술을 속여서 잠깐 동안만 지내고 보면 배고픔은 가셔서 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이러해야만 가난을 이기는 방법이 된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힘을 쓸 뿐이다.

  이러한 생각은 당장에 어려운 생활처지를 극복하는 방편만이 아니라 귀하고 부유하고 복이 많은 사람이나 선비들이 집안을 다스리고 몸을 유지해가는 방법도 된다.


   9.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내 것이 아닙니다

  이승아

  한때는 이 아름다운 집이 제 가장 큰 자랑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 집. 잡지에도 여러 번 나왔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우리 집, 행여 먼지라도 탈까봐 쓸고 닦고 했던 우리 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 같던 우리 집이 아니라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침상이더군요. 내 것이라 믿었던 자랑스럽던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고운 접시와 그릇들. 참 갖고 싶은 것도 많던 나의 그릇 사랑은 못 말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예쁜 그릇들도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제가 황량한 이곳에서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뿐이더군요.
 
  15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명품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병실에선 츄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귀한 명품백도 필요 없더이다.

  어디 그뿐인가요?

  나를 빛나게 해준다고 나를 완전케 해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제 압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는 아이들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분이 제게 잠시 맡기셨던 선물임을 제가 잊고 있었네요. 의사가 제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7

  나의 염려 그리고 나의 남편 또한 주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던,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를 찾아가셨던 예수님이 친히 내 남편에게 와주시길 기다립니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 말씀해주시길 기다립니다. 그분의 핏값으로 살리셨던 내 남편을 도 다시 살려주시길 애타게 기도합니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인 양 자랑하며 욕심내었던 제 무지, 제 교만, 제 과거를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합니다.

  내일 호스피스로 옮기는 울 화니가 무덤에서 걸어 나온 나사로처럼 그곳을 건강하게 걸어 나온 최초의 증인이 되길 기도합니다.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는 줄 믿습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는 오늘도 희망을 선택합니다. 절망을 거부합니다.
 
  내 남편이 살아서 하나님을 자랑하고 증거 할 수 있도록 그분께 매달립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평생 그분을 사랑하고 섬기겠지만 오늘은 꼭 그리해주시길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내 기도가… 여러분의 기도가 오늘밤 하늘 보좌를 흔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남편 없이 살아가기

  저는 남편이 이렇게 빨리 죽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정사진 또한 준비하지 못했지요. 남편의 영정사진을 위해 핸드폰을 뒤지다가 아들내미 공개수업 때 찍은 이 사진을 발견했어요. 남편 영정사진은 바로 이걸로 만든 거랍니다. 요즘 기술이 좋아서 양복 입은 영정사진을 뚝딱 잘도 만들어내더군요. 환희 웃는 울 화니가 꼭 이십대 꽃미남처럼 보여 마음에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아직 애기로만 생각되던 울 호야는 장례식 내내 든든한 상주 노릇을 해주었습니다. 가끔씩 빈소 옆에 연결된 침대방에 드러누워 ‘상주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라며 웃기도 했지만요.  저는 장례식 내내 하들이 무너지는 것 같이 슬펐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울 화니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가는 거 같아서요.
 
  정승 죽은 곳에는 문상을 안 가도 정승집 개가 죽은 곳에는 문상을 간다는 옛말이 있지요. 저희 양가 부모님들은 모두 퇴직하신 상태고 아내인 저는 무직 인데다가 삼성 연구원이었던, 일테면 정승인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저는 문상객이 얼마나 올까 생각했습니다. 회사 사람들, 남편의 대학 동기들, 그리고 교회 식구들과 제 지인들이 전부일 거라 여겼지요. 저희 부부는 친척들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손님이 너무 적으면 쓸쓸할 것 같아 제일 작은 빈소와 식당으로 장례식장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웬 걸!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에 제 블로그 이웃들부터 암카페 식구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교회 식구들은 버스 두 대로도 모자라 각자 차를 끌고 문상을 오더군요. 남편의 회사 동료들과 대학 동기들 써클 친구들도 줄줄이 찾아오기 시작했고요. 얼마나 많은 조문객들이 왔는지 저희는 방 하나로 모자라 더 큰방을 하나 더 예약해야 했고 다음날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제일 큰 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정승집 개가 아니라 정승이 죽었는데도 문상객이 넘쳐나는 걸 보고 전 궁금해졌어요.

  ‘내 남편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울 남편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남편의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 주는 걸까? 끊임없이 찾아오는 조문객들은 진심으로 남편의 죽음을 애통해했으면 장례식 내내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장례절차를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남편이 함께 일했던 협력업체 쪽 분들까지도 잊지 않고 함께해주셨더라고요. 전 남편이 저한테만 최선을 다하는 좋은 남편인 줄 알았는데, 남편은 자기가 있는 곳 어디서나 최선을 다했고 가장 좋은 만남을 가졌나 봅니다!
 
  그런 남편이 저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는 참 그립습니다. 옆에 있으면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주며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당신 참 열심히 잘 살았노라고! 당신 참 멋있는 남자라고!

  발인을 끝내고 저희는 집이 있는 수원시 연회장으로 향했습니다. 경황이 없어 납골당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기에 남편이 유골함은 그곳 납골당에 우선 안치하기로 했지요. 이곳은 다른 납골당과 달리 안치될 자리가 복불복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화니의 유골함이 안치된 자리는 왼쪽으로 일곱 번째, 오른쪽으로 일곱 번째, 위에서 네 번째, 아래에서도 네 번째인 딱 중앙이었답니다. 그걸 보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하던지!

  전 이때 이후로 늘 하나님이 제 삶에 개입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하나님은 제 남편 대신 모든 걸 살갑게 챙겨주고 계십니다. 밥이 잘 안 넘어가 ‘아, 죽이 먹고 싶다’ 생각하면 어디선가 죽이 배달되고 ‘맛있는 김치가 먹고 싶다’ 생각하면 어김없이 너무나 맛있는 김치가 전달됩니다. 돈이 갑자기 필요해서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가야겠다’ 생각하면 길에서 마주친 아버님이 저 주려고 은행에 돈 부치러 가는 중이었다고 제가 필요했던 금액을 바로 꺼내주십니다.

  그래서 저는 울 수가 없습니다. 슬퍼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살뜰하게 보살펴줬던 남편 이상으로 하나님이 절 돌봐주시니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한 번쯤은 왜 내 남편을 이렇게 일찍 데려가셨냐고 마구 투정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완전 고수십니다!

  유골함이 안치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주었던 수십 명의 지인들. 그 분들의 위로와 응원 속에서 우리 화니의 발인은 잘 마쳤고 삼우제도 눈물 없이 아픔 없이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전 요즘 남편 없이 살아가기 훈련 중입니다. 남편 없이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 저는 새벽마다 하나님을 찾습니다. 새벽을 하얗게 지새우다 동이 틀 무렵 교회로 달려가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울 남편 거기 잘 있나요? 남편에게 신약, 구약 먹으면 암이 다 낫는다고 꼬셔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성경일독하게 했는데 성경을 읽게 한 효과가 좀 있나요? 울 남편 천국에서 낯설어하지 않나요?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 등등… 믿음의 선배들 보고 누가 누군지 몰라 당황해하지 않나요? 뭐… 울 신랑이야 어딜 가든 사랑받겠지요.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겠지요. 화니 덕분에 천국에 웃음소리가 더 커질 것도 같아요. 그쵸? 혹시 남편이 거기서도 엉덩이가 가볍게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쁘면 하나님이 좀 말려줘요… 제발 좀 말려줘요… 좀 편히 귀며 쉬엄쉬엄 일하라고 해주세요. 울 화니… 이곳에서는 참 많이 힘들었거든요. 새벽부터 밤까지 참 치열한 삶을 살았거든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삶 사느라 정작 자신은 챙기지도 못했거든요.

  하나님… 울 화니 잘 부탁드려요. 천국을 낯설어하지 않게, 온전히 누리게 하나님이 잘 보살펴주세요. 그리고 하나님… 하나님이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이 험악한 세상에서 남편 없는 저와 아빠 없는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외롭지 않도록 하나님이 더 큰 울타리가 되어주세요. 네?
 
  그리고 화니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으며 지내.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아이들과 나의 새로운 여행을 지켜봐줘. 예전에 우리 넷이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우리가 이곳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줘. 재미있는 여행 마치고 곧 집으로 돌아갈게. 내 아버지 집으로 갈게. 그때 우리 다시 웃으면서 보자. 여행 잘 마치고 왔다고 예전처럼 날 안아주라. 자랑스런 마눌이라고 예뻐해주라.
 
  화니야, 매 순간 매 호흡마다 자기가 참 그립다. 하지만 나 울지 않을래. 자기가 나고 내가 자기니까. 자기는 늘 내 안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없는 천국에서도 행복해야 돼. 자기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져 나 또한 웃을 수 있도록 꼭 그렇게 행복해야 돼.

  사랑해 자기야 … 너무너무 사랑해…

  * 출처 : 이승아 <내 것이 아닙니다> 도서출판 삼육오


    10. 생명의 말씀

  무엇에 사로잡혀 있습니까?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 누구냐” (시25;12)

  무엇이 당신을 사로잡고 있습니까? 아마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모두 뭔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고, 그리스도인 중에는 자신들의 신앙 체험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사로잡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의 지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생애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임재에 붙잡혀야 합니다. 이가들은 엄마를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데도 아기의 의식 속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닥치면 저절로 엄마를 찾는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우리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모든 상황을 볼 때도 하나님과 관련해 보게 됩니다. 이는 바로 우리 속에 깊게 자리잡은 하나님을 향한 의식아 자연스럽게 밖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사로잡히면 염려나 환난이나 어려움 등 그 어떤 것도 우리 삶 가운데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왜 그토록 염려의 죄악을 강조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우리 가운데 계시는데 어떻게 감히 주님을 불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나님께 사로 잡힌 바가 되면 원수의 모든 공격을 대항해 가장 효과적인 성벽을 세운 것입니다.

  “그의 영혼이 쉼을 얻네”(시25:13) 환난이나 오해나 비방 등 그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숨겨져 있다면 주님은 우리의 평강을 지켜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라.” 그 어떤 것도 이 피난처를 뚫고 들어 올 수 없습니다.

 

 

 

 

 

 

 

 

 

 

 

 

 

 

 

 


    = 독자안내 =

  일상생활에서 재미있었던 사연, 혹은 감동적이었던 실화를 적어 보내주십시오. 추첨을 통하여 소정의 상품과 함께 점자새빛(여름호) 독자코너에 사연을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응모는 반드시 우편접수를 원칙으로 하며, 아래 기재된 주소로 점자 혹은 묵자로 작성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바랍니다.
 문의: 02-533-9820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8-39 점자새빛 출판부 우편번호 137-838

    = 입소안내 =

  1. 새빛맹인재활원 (서울 서초구소재 시각장애인 생활시설)
  무의탁 시각장애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생활보호와 재활교육 과정을 도와주고 있는 사랑의 공동체로써, 재활의 꿈을 만들어가며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2. 새빛요한의 집 (경기도 용인소재 시각장애인 양로시설)
  ‘새빛요한의 집’은 사회에서 소외된 연로한 시각장애인에게 삶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낮은 곳에 임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생활보호시설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이나 이웃에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각장애인이 계시면 지금 곧 전화 주십시오.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담전화: 02-533-9863,4
 지참 서류: 자기소개서 1통, 건강 진단서(보건소) 1통, 주민등록등본 1통, 가족관계확인서 1통, 반명함판 사진 2장


    = 이용안내 =
 
  새빛장애인예술지원센터(장애인문화예술활동 지원)
 2012년 개관한 새빛장애인예술지원센터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에게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장애인의 예술적 잠재능력을 개발하여 자신감 회복을 도우며, 잔존능력 개발 및 직업능력 향상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써 통합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예술교육을 받기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상담전화: 02-533-9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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