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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했던 하루(새빛요한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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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빛US 작성일14-07-08 12:23 조회18,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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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했던 하루

작성자 : 병장 이용암

평소 장애인을 마주칠 일은 거의 희박하다. 지금까지 25년을 살아오며 장애인과 이렇게 길다하면 길수도, 짧다하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을 보내 본 것은 고등학생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갔던 장애인재활센터에서 식사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했던 게 전부였다. 학생 때는 대개 보아왔던 모습과 조금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겁을 먹어 거의 접촉을 하지 않았었다. 어찌 보면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기보다는 엄마 때문에 억지로 갔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차츰 찰 때마다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갔다. 이번 봉사활동을 가게 된 계기도 장애인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은 먼저 오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대일로 짝을 지어 봉사에 나섰다. 어르신들의 첫인상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냥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시각장애인과 그렇게 가까이서 마주본 일이 없었던지라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됐다. 수목원 입구에서 표를 끊고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꽃향기에 모두들 신이 난 모습이었다. 조금 가서 벤치에 자리를 펴고 앉아 이야기를 하며 간식을 먹은 후 제각각 흩어져 본격적인 수목원 구경에 나섰다.

나와 짝이 되었던 할머니를 모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좋은 향기가 날법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숙녀분과 팔짱을 끼고 그렇게 오래 걸으며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우리는 거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대부분 서로 읽었던 책들에 대해 공유하거나 추천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지금 좋아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내 부끄러워하시며 얼굴을 붉히시는 모습이 마치 짝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두 분은 항상 같이 다니셨고 나란히 앉아 간식을 나누며 어울리시는 모습이 정말 다정해 보였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모여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내 뒤편에 앉아 계셨던 할아버지께서 손으로 반찬의 위치를 만지시더니 식사가 나오자 마치 눈이 보이시는 것처럼 식사를 하시는 게 아닌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병사의 말을 들어보니 시각장애인의 경우 정안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 머릿속에 만져본 사물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식사는 금세 끝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차에 모셔다 드리며 우리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어르신들도 많이 서운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그렇게 배웅을 하고 여운을 남긴 채 귀영을 위해서 미니버스에 올랐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무심코 해왔던 나의 행동을 돌아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사해야 할 일들도 떠올랐다. 모두가 이제껏 접할 기회가 없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처음엔 내가 그분들을 위해 봉사를 하러간다고 느꼈지만 문뜩 내가 그분들로부터 오히려 봉사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음을 행운이라 여기며 앞으로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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